보조배터리 용량의 함정ㅣ20000이 20000이 아닙니다

보조배터리 용량의 함정ㅣ20000이 20000이 아닙니다

보조배터리에 크게 적힌 20,000mAh는 내가 꺼내 쓸 수 있는 용량이 아니에요. 배터리 셀에 담긴 용량이고, 실제로 폰에 들어가는 양은 대체로 표기의 60~75% 수준입니다. 라벨에서 진짜 봐야 할 숫자와 계산법, 올해 4월부터 확 바뀐 기내반입 규정까지 이 글 하나로 정리했어요.

다음 달 여행 준비하면서, 아니면 폭염에 휴대용 선풍기 돌리려고 쇼핑앱에서 보조배터리를 알아보는 중이셨을 거예요. 같은 가격이면 숫자 큰 쪽이 이득 같아 보이죠. 그런데 이 숫자에는 함정이 두 개 있습니다. 하나는 생각보다 덜 충전되는 문제고, 다른 하나는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는 문제예요.

20,000mAh인데 왜 폰은 두 번 반밖에 못 채울까

광고에 적히는 mAh는 제품 안에 들어 있는 배터리 셀의 용량이에요. 이 셀은 대부분 3.7V 전압으로 전기를 저장합니다. 그런데 USB로 폰을 충전할 때는 5V 이상으로 전압을 올려서 내보내야 해요. 이 변환 과정에서 손실이 생기고, 케이블 저항과 회로 효율까지 겹치면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양이 확 줄어듭니다.

숫자로 보면 이래요. 20,000mAh에 3.7V를 곱하면 74Wh, 이게 이 제품이 가진 에너지의 전부입니다. 5V 출력으로 환산하면 14,800mAh가 되고, 여기에 회로 효율을 감안하면 폰에 실제로 들어가는 건 12,000~13,000mAh 안팎이에요. 배터리가 5,000mAh인 스마트폰 기준으로 두 번 반 정도죠. 20,000이니까 네 번은 충전하겠지, 하는 기대와는 차이가 꽤 큽니다.

이게 특정 회사의 속임수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. 전압 변환 손실은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고, 셀 용량으로 표기하는 건 업계 전체의 관행입니다. 다만 이 관행을 알고 사는 사람과 모르고 사는 사람의 만족도 차이는 꽤 커요.

셀 용량 말고 '정격 용량'을 보세요

국내에 정식 유통되는 제품이라면 라벨이나 상세페이지 어딘가에 '정격용량'이 따로 적혀 있습니다. 두 숫자는 이렇게 달라요.

  • 셀 용량: 내부 배터리 자체에 담긴 용량(대부분 3.7V 기준). 광고에 크게 적히는 숫자.
  • 정격 용량: 실제 출력 조건(예: 5V/3A)에서 최소한 이만큼은 뽑아 쓸 수 있다고 보장하는 용량. 라벨 뒷면 작은 글씨로 있는 경우가 많아요.

20,000mAh 제품의 정격 용량이 12,000mAh 정도로 적혀 있다면 그건 뻥용량이 아니라 오히려 정직한 표기입니다. 5V 변환 기준이라 원래 그 정도가 정상이거든요. 경계해야 할 쪽은 정격 용량 표기가 아예 없는 제품, 그리고 실측 후기가 표기 대비 지나치게 낮게 반복되는 제품이에요. KC 인증 마크가 있는지도 같이 확인하시고요.

mAh를 Wh로 바꾸는 법, 표 하나로 끝

비행기 반입 기준은 mAh가 아니라 Wh(와트시)로 정해져 있어요. 계산은 간단합니다.

Wh = mAh ÷ 1,000 × 3.7
표기 용량(셀 기준)Wh 환산기내반입(2026.4.20 이후)
10,000mAh37Wh가능 (1인 2개 한도 내)
20,000mAh74Wh가능 (1인 2개 한도 내)
26,800mAh약 99Wh가능, 100Wh 턱밑
30,000mAh111Wh항공사 사전 승인 필요
43,000mAh약 159Wh승인 필요, 사실상 상한선
43,000mAh 초과160Wh 초과반입 불가

셀 전압이 3.85V인 제품도 있어서, 제품에 Wh가 직접 표기돼 있으면 그 숫자가 최종 기준입니다.

공항 탑승구 대기 의자에서 보조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모습

기내반입 규정, 2026년 4월 20일부터 바뀌었어요

작년까지는 100Wh 이하면 5개까지 들고 탈 수 있었는데, 올해 4월 20일부터 크게 바뀌었습니다. 2025년 1월 에어부산 기내 화재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만든 안전 기준이 국제민간항공기구(ICAO) 국제기준으로 채택되면서, 국내선은 물론 국제선에도 통일된 기준이 적용돼요.

  • 보조배터리는 1인당 최대 2개까지만 기내 반입
  • 100Wh 이하(약 27,000mAh까지): 별도 승인 없이 반입 가능
  • 100Wh 초과~160Wh 이하: 항공사 사전 승인 필요
  • 160Wh 초과: 반입 불가
  • 위탁수하물(캐리어에 넣어 부치기)은 용량과 관계없이 금지
  • 기내에서 보조배터리로 폰 충전, 보조배터리 자체 충전 모두 금지
  • 머리 위 선반 보관 금지. 몸에 지니거나 좌석 앞주머니에 보관
  • 단자는 테이프로 가리거나 지퍼백·파우치에 하나씩 담아 절연

자세한 내용은 정책브리핑 공식 안내(국토교통부)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. 승인 절차는 항공사마다 조금씩 달라서, 100Wh 넘는 제품을 갖고 갈 계획이라면 탑승 전에 이용 항공사 공지를 꼭 확인하세요.

사기 전 체크리스트 6가지

  1. 정격 용량 표기가 있는가 (없으면 후보에서 제외)
  2. KC 인증 마크가 있는가
  3. Wh로 환산해 100Wh 이하인가 (비행기 탈 일이 있다면)
  4. 출력(W)이 내 폰 급속충전 규격에 맞는가 (25W 급속충전 폰에 10W 출력이면 반쪽짜리예요)
  5. 무게를 확인했는가 (용량이 두 배면 무게도 대체로 두 배)
  6. 실측 후기가 표기 대비 지나치게 낮지 않은가

핵심 요약

  • 표기 mAh = 셀 용량. 실사용은 60~75% 수준이 정상
  • 라벨의 정격 용량·Wh·KC 마크를 볼 것
  • Wh = mAh ÷ 1,000 × 3.7
  • 기내반입은 1인당 2개, 여행용은 100Wh 이하 권장, 위탁수하물 금지

상황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. 출퇴근길에 하루 한 번 충전하는 용도면 10,000mAh로 충분하고 가벼워요. 여행용이면 20,000mAh 하나에 10,000mAh 하나를 더하는 조합이 2개 제한 안에서 용량을 가장 넉넉하게 가져가는 방법입니다. 캠핑용 초대용량 파워뱅크를 보고 있다면 비행기 탈 계획이 있는지부터 따져보세요. 160Wh를 넘으면 아예 못 갖고 탑니다.

이런 것도 궁금하실 겁니다

예전에 산 30,000mAh 대용량, 이제 비행기에 못 갖고 타나요?

30,000mAh는 3.7V 기준 111Wh라 100Wh를 넘습니다. 반입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고 항공사 사전 승인을 받으면 갖고 탈 수 있어요. 다만 절차가 번거로우니, 비행기를 자주 탄다면 100Wh 이하 제품이 마음 편합니다.

정격 용량이 표기의 절반 근처인데 불량품인가요?

아니에요. 정격 용량은 5V 출력 기준이라 셀 용량보다 낮게 적히는 게 정상입니다. 20,000mAh 제품에서 정격 12,000mAh 안팎이면 오히려 표준적인 수준이에요.

mAh 없이 Wh만 적힌 제품은 어떻게 비교하나요?

Wh를 3.7로 나눈 뒤 1,000을 곱하면 mAh가 나옵니다. 74Wh면 약 20,000mAh인 셈이죠. 항공 기준 자체가 Wh라서, 사실 Wh 표기가 더 쓸모 있는 숫자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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